지난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개헌안 표결이 '투표불성립'으로 선언되며 재표결이 예고됐다. 그러나 이는 국회법의 명확한 규정과 헌법재판소의 선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결정족수 미달은 '부결'로 봐야 하며, 같은 안건을 재차 표결하는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다.

국회법 제113조와 '부결'의 의미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에 대한 표결이 개시되고 종료되었다면, 국회의장은 그 결과를 명확히 선포해야 한다. 국회법 제113조(표결 결과 선포)는 "표결이 끝났을 때에는 의장은 그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한다"고 명시한다.

표결이 끝났을 때에는 의장은 그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한다.

이 조항에서 말하는 ‘그 결과’는 통상적으로 가결 또는 부결을 의미한다. 즉, 어떤 안건에 대해 표결이 진행되고 필요한 찬성 수에 미달했다면, 이는 당연히 부결로 처리되어야 한다.

지난 개헌안 표결 역시 본회의에 상정되어 절차가 진행되었고, 178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으나 통과에 필요한 191명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명백히 가결 요건 미달, 즉 부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투표불성립’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회법 제113조의 문언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국회법에 존재하지 않는 별도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편법에 불과하다.

'일사부재의 원칙'과 반복 표결의 위험성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고 명시하며, 이는 국회의 의사를 한 번 확정했으면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천명한다.

만약 개헌안 표결이 '부결'로 처리되었다면, 다음 날 같은 개헌안을 다시 표결하는 것은 국회법 제92조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 표결이 개시되고 진행되어 종료되었으며,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이는 명백히 부결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를 '투표불성립'으로 보고 재표결을 시도하는 것은 이 원칙을 우회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미디어법 사례의 교훈

이러한 논란은 2009년 미디어법 권한쟁의 사건에서 이미 다뤄진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방송법 수정안 1차 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요건 미달을 ‘표결불성립’으로 보고 재투표를 실시한 국회부의장의 처리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표결이 종료되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했다는 결과가 확인된 이상,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에 미달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헌재는 또한 국회의원이 특정 의안에 반대하는 경우, 회의에 불출석하는 것 역시 반대 의사 표시의 한 방법으로 보았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여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한 행위가 정치적 의사표시이며, 그 결과는 부결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더 나아가 헌재는 "투표가 종료됐는데도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표결불성립이라고 보고 계속 재표결을 허용하면, 정족수를 충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표결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하며, 이는 국회법 제92조 일사부재의 원칙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이 논리는 오늘 개헌안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꼼수'

민주주의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표결을 반복하는 제도가 아니다. 표결은 국회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이며, 그 절차가 끝났다면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의결정족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결'이 아닌 '투표불성립'으로 처리하고 재표결을 시도하는 것은 다수파 또는 의장단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표결을 반복할 수 있게 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될 때까지 안건을 상정하고, 될 때까지 표결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는 국회법 제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을 무력화하며, 의회 운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친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올릴 수 없게 하는 것이 이 원칙의 핵심 취지다.

이러한 논리는 비단 개헌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 역시 본회의에 상정되어 표결 절차가 진행되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불성립' 처리된 바 있다. 국회법 제113조와 2009년 미디어법 사건의 법리에 따르면, 이 또한 부결로 처리되었어야 마땅하다.

만약 1차 탄핵안이 부결이었다면, 같은 회기 중 동일한 취지의 탄핵안을 다시 상정하는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문제를 야기한다. '될 때까지 표결'은 절차를 가장한 결과 강행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으로서 스스로 국회법의 문언과 원칙을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회법 제113조에 따라 표결이 종료되고 의결정족수 미달이 확인되었다면, 오늘 개헌안 표결은 '투표불성립'이 아닌 '부결'로 선포되었어야 마땅하다.

또한, 2009년 미디어법 권한쟁의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명확히 밝혔듯이, 정족수 미달 역시 '부결'로 보아야 하며, 이를 무시하고 같은 안건을 재차 표결하는 것은 국회법 제92조의 일사부재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될 때까지 표결'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