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이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공동정범으로서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김 여사가 계좌와 20억 원을 제공하고 수익의 40%를 약정했으며, 18만 주 매도 행위가 통정매매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 판단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그 정황들이 정말 ‘주가조작 공범’의 증거인가, 아니면 단지 의심스러운 투자위임의 정황인가.

공범 입증의 한계: 계좌 제공과 고수익 약정

항소심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에 쓰이도록 계좌와 20억 원을 제공한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하지만 계좌와 자금을 맡기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PB, 투자자문사, 사모 운용자, 지인 투자자에게 계좌나 자금을 맡기는 일은 현실에서 흔하다.

문제는 그 돈이 나중에 불법 거래에 사용되었는지가 아니다. 핵심은 계좌를 맡긴 사람이 그 불법 거래의 구조를 알고 있었는가다. 만약 계좌 명의자가 실제 매매 방식, 주문 상대방, 호가 조정, 통정거래 구조를 몰랐다면, 결과적으로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정범이 될 수는 없다. 이는 투자위임 자체를 형사 리스크로 만드는 일이다.

항소심은 수익의 40%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도 불법성을 의심하게 하는 근거로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높은 성과보수는 그 자체로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 고위험 투자는 원래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를 가지며, 비공식 투자자문 등에서는 성과보수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40%라는 비율은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비정상성과 불법성은 다르다.

수익배분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인위적 주가상승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법원이 인정해야 할 것은 “수익이 컸다”가 아니라, 그 수익이 시세조종의 대가라는 점을 김 여사가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 증거가 없다면, 수익 40% 약정은 의심스러운 정황일 수는 있어도 공동정범의 결정적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통정매매 인식 부재와 공동정범의 요건

항소심은 김 여사의 주식 18만 주 매도 행위를 통정매매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도됐다. 통정매매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 수량, 시점 등을 맞춰 거래하는 대표적인 시세조종 수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김 여사가 그 거래가 통정매매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계좌를 맡긴 사람이 “이 가격에 팔라”는 요청을 받고 지정가 주문을 냈다고 해서, 그 주문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상대방과 미리 맞춘 거래인지, 그것이 시세조종 작전의 일부인지까지 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통정매매가 되었다는 것과, 계좌 명의자가 통정매매를 알고 가담했다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이 구별이 무너지면, 불법 거래에 이용된 계좌 명의자라는 이유만으로 공범 책임이 확장되는 위험한 논리가 된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설령 김 여사가 시세조종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더라도, 그것이 왜 곧바로 공동정범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방조는 남의 범행을 돕는 것이고, 공동정범은 범행을 함께 실행하는 것이다. 공동정범이 되려면 단순한 계좌 제공이나 자금 제공을 넘어, 범행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와 범행 실행에 대한 본질적 역할분담이 있어야 한다. 즉 “도움이 되었다”가 아니라, “함께 범행을 지배했다”는 수준의 증명이 필요하다.

보도된 항소심 근거만으로는 김 여사에게 직접적인 주가조작 지시, 통정매매 상대방과의 사전 협의, 시세조종 계획 공유, 구체적 호가 조작 참여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법리상 질문은 남는다.

의심스러운 투자자와 주가조작 공동정범 사이의 선은 어디인가.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는 추론만으로 공동정범까지 인정할 수 있는가.

1심의 신중함과 항소심의 과도한 추론

형사재판에서 유죄는 추정이 아니라 증명이어야 한다. 특히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항소심이 유죄로 뒤집으려면, 1심이 놓친 명백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같은 증거를 두고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정도라면, 무죄추정 원칙과 합리적 의심 배제 원칙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1심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시세조종을 인식했을 여지는 있다고 보면서도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 판단을 뒤집고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했다. 이 부분에서 1심의 판단이 더 형사법 원칙에 가까웠다고 본다.

“수상하다”와 “공범이다” 사이에는 증명의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무죄가 맞다.

항소심의 문제는 각 정황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모두 반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계좌와 돈 제공은 투자위임에서도 흔하고, 수익 40% 약정은 비정상적일 수 있지만 고위험 투자에서는 존재할 수 있다. 통정매매는 결과적으로 발생했더라도 계좌 명의자가 그 구조를 알았는지는 별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시세조종 가능성을 의심했다는 것과 공동정범으로 함께 실행했다는 것은 다르다.

항소심은 이 정황들을 종합해 공동정범을 인정했으나, 정황증거만으로 유죄가 가능하더라도 그 정황들은 서로 맞물려 하나의 결론을 강하게 가리켜야 한다. 다른 합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면,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즉 김 여사는 고수익을 기대하고 계좌와 자금을 맡긴 투자자였고, 실제 매매 방식이나 통정거래 구조는 운용자들이 주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면 공동정범 인정은 과도하다.

본류 사건과 김 여사 사건의 법리적 분리

도이치모터스 본류 사건에서 권오수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의 유죄가 확정되고, 1심 무죄였던 전주 손 모 씨도 항소심에서 방조 유죄로 뒤집혀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은 김건희 여사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도이치 주가조작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김건희 여사가 그 범행의 공동정범이라는 사실은 다르다. 주가조작 세력이 유죄라고 해서 계좌 제공자가 자동으로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김 여사가 단순 투자자였는지, 방조자였는지, 아니면 공동정범이었는지이며, 공동정범으로 보려면 가장 강한 수준의 증명이 필요하다.

김건희 여사 사건은 정치적 논란을 넘어 형사법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핵심은 김 여사가 의심스러운지 여부가 아니라, 그 의심이 공동정범을 인정할 만큼 증명되었느냐다. 공개된 보도만 놓고 보면 항소심의 판단은 지나치게 넓다. 계좌 제공은 투자위임과 구별되어야 하고, 고수익 약정은 불법 인식과 구별되어야 하며, 통정매매 결과는 계좌 명의자의 사전 인식과 구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필적 인식과 공동정범은 구별되어야 한다. 1심은 이 구별을 지켰으나, 항소심은 그 구별을 흐렸다.

형사재판은 의심의 누적이 아닌 증명의 완성 위에 서야 하며, 정황이 많다는 것과 공범이라는 증명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다르다. 대법원에서 다퉈야 할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을 알고 함께 실행한 공동정범인가, 아니면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계좌를 맡긴 투자자인가. 이 질문에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형사법의 답은 하나여야 한다. In dubio pro reo: 의심이 있을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